2016년 12월 25일 일요일

[나쁜 프로그래머] 10.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레이 앨런의 은퇴 에세이에서 모티브를 따 왔음을 밝힙니다.)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10살의 만약에게..

곧 아버지가 회사업무때문에 집에 컴퓨터를 들이게 될텐데

망가질게 두려워 접근하는것을 꺼리지 않길 바래. 망가져도 어차피 고칠수있게 만들어 놓은 기계고

그 방법은 너가 스스로 찾게 될거야. 그리고 그것이 너의 프로그래머 로써의 첫번째 발돋음이 될거야.
(욕은 디립다 처먹게 되어 있지만 그게 뭐 대수냐. 원래 모든일에는 댓가를 치루는 법이잔아. ㅋ)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려워 해서는 안돼. 많은 사람들이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지게 되거든.

지금 당장 아버지의 컴퓨터로 무엇을 할지는 알 수는 없지만 만져서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길 바래. 뒤처리도 너와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거야! 시간의 힘을 믿어봐!

(그리고 씐나게 삼국지2를 즐겨봐!! ㅋ)




18살의 만약에게..

가고싶지 않은 학과의 좋은 이름을 가진 대학과 정말 하고 싶은 학과의 지방에 있는 대학, 이 둘의 갈림길에 서게 될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미래가 불투명 해진다 거나 그러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하고싶은 공부를 하게되는 선택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단 18세가 될때까지 너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꼭 결정했으면 해.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찾을때까지 매번 아까운 시간을 소비해야 할거야.





21살의 만약에게..

넌 이제 군대에 가게 될거야.

너 인생에 몇 없는 컴퓨터와 멀어지는 시간이 곧 오게 되어있어.

그 시기는 너를 많은 부분에서 성장시킬테고, 그 동안의 사회와 대학에서 만나지 못한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될거야. 즐기기 힘든 시간은 몇시간 안돼. 그보다 즐길 만한 상황은 매번 있을거야.

그것을 놓치지 않길 바래.

아 맞다. 상병때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할 텐데 괜찮은 경험이 될거야.

부대내의 전우와 부모님의 소중함이 여자친구보다 더 큰 힘이 되는 시기거든. 그 때 이후 그런 경험을 가질 기회는 없었던것 같다.

그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래.
(니가 뭘 하든 헤어지게 될테니 괜히 휴가쓰지 마라. 졸라 아깝더라.)



24살의 만약에게..

지금쯤은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미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거야.

교수님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너의 친화력도 꽃피는 시기야!! 그 중 한 교수님의 창업에 뛰어들게 될것이고,

그게 너의 첫 스타트 업이 될거야. (앞으로 몇번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계산해보면 9번 정도는 더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될거야. 아 빡치네...)

너는 그 기회를 잘 잡기를 바래.

얼마나 너가 세상에서 작은 존재인지, 프로의 세계는 어떤지, 얼마나 더 많은것을 배워야 하는지 알게되고,

한꺼번에 많은 영양분이 너에게 집중될거고 다 소화 시키지 못해 힘들겠지만

그때 배운 좌절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왔던것 같아. 두려워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다 기억해둬.



27살의 만약에게..

처음으로 SI 라는 업종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지?

철야 라는 것을 처음 접하자마자 일주일내내 집에 못들어가는 경험도 하게돼.
(그땐 사수가 왜 속옷을 회사에 한보따리 놓았는지 이해를 못했어.)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3개씩 달고 살게 될거야.

그때 Python 이랑  JAVA . PHP 도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울텐데

그 셋이 앞으로의 너의 입에 밥을 떠먹여주는 좋은 도구가 될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꼬꼬마 신입 개발인 너에게 왜 그렇게 일이 몰리는지 힘들고 이해도 안됐는데

그만큼 배우는데 가속도가 붙는 시기 인데다 한꺼번에 다양한 언어를 접하게 되면서

기초는 비록 엉망이긴 하겠지만 다양성과 장단점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기 였던것 같아.

( 절망 적인 시기에 돌파구로 로또를 많이 사기 시작 했을텐데 앞으로 10년까지 5등도 안될테니 헛돈쓰지 말고 그냥 치맥이나 먹길 바래. )



30살의 만약에게..

괜찮은 회사에 입사하게 될거야 그 회사에서 적어도 5년간 근무하게 될 텐데

기술적으로는 크게 필요하거나 늘지는 않는 어쩌면 개발자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큰 회사의 시스템과 정치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고 또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시기 일거야.

다만 기술적으로 안주하는 그런 짓 따윈 하지 말길 바래.

팀장은 어떤일을 하고 CTO 는 어떤 일을 하고 역량평가 라는 이벤트도 매년 겪을텐데

어떤 방식으로 한해의 계획이 구성되고 변경되고 파기되고 집행 되는지 플로우를 알길 바래.

앞으로 작은 회사에서 여러가지를 일하게 될 텐데

그 작은회사가 큰 회사로 발돋음 할때 필요한 회사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 배울 유일한 기회이니

개발 외 적인 부분의 배움에 항상 눈을 집중 하길 바래.

특히 (제대로 라고 하기는 좀 어렵지만) 기획과 디자인파트의 커뮤니케이션 에 대한 경험을 농도 짙게 배울수 있는 시기야.



35살의 만약에게..

본격적으로 너 이름을 달고 직함에 C를 달기 시작하는 시기일거야.

그 전의 안정적인 환경에서 다니던 모든것을 잃을것이고 힘들고 험난하긴 하겠지만 나만의 개발조직을 구성한다는 욕망에 눈이 가려져서 힘든것 같은건 버틸만 할거야.

다만 많이 넘어질거라는건 예상하고 있길 바래. 일년에 회사를 두번이나 말아먹을수 있을거고.. 암튼 졸라 많이 시행착오를 불지옥에서 겪을거야.

개발이 문제가 되어 망하는 경우와 개발 외적의 문제가 되어 망하는 경우 모두 두루두루 배우는 시기야.

개발능력에 대해서 어마어마 하게 많은 배움이 있는 시기이면서

그동안 웹과 백엔드 위주였던 너의 경력에 모바일 경력이 추가되면서 시야가 넓어지기도 할거야.

회사가 어떤식으로 시작되며 어떤식으로 망하게 되는지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테고

채용할때 좋은 사람, 나쁜사람을 파악하는데 배움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겠지.
(그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한번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래.)

임금이 체불되고 개인적으로도 힘들겠지만 , 팀장으로서 임금이 체불되는 시기의 팀원 들이 어떻게 상황이 변화 되는지 알게 되는 시기이기도 해.

법적 분쟁에 대해서 많은 배움도 있을거야.

한마디로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되는 시기이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배우는것도 또한 많은 시기 일거야.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이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겠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어.

항상 배우게 될테니까. 니가 원하지 않아도 배워야하는 시간은 매번 너를 찾아오게 될것이고

그것을 거부하는 즉시 너는 영원히 벽을 넘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겠지.

개발, 회사, 법적 인 모든 배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고 그만큼 고통도 심한 시기야.

이때를 잘 버티길 바래.

몇번의 죽고싶은 충동을 느낄때가 많이 있겠지만 가족이 너를 지켜줄거야. 거기에 행복을 찾길 바래.





37살의 만약에게

많고 많은 실패를 겪었고 이제는 좀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매우 많이 들때야.

하지만 이미 너에게 안주할 만한 환경은 더이상(당분간 이라고 해두자) 주어지지 않을테지

지금쯤 이면 그냥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데 크게 어렵지 않는 사람이 이미 되어 있을것이고..

다만 좋은 기회에 젊은친구들로 이루어진 회사를 경험하게 될텐데 그 기회를 놓치지 말길바래.

스타트업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산악전 수중전 우주전 다 겪은 너로서는 어이없어 보일 일도 하긴 하겠지만

다시한번 복습한다 생각하고 그 친구들을 도와준다 생각하면 그 친구들도 너에게 큰 도움이 되줄거야.

실질적인 팀을 이끌기 위해선 그 친구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테니 허투루 사람들을 대하지는 말길바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에게 소중한 자원이 되어줄 친구들 이거든.

그 전엔 아웃오브안중 이었던 어리고 경험없는 친구들을 눈여겨 봐두었으면 해

너의 전성기는 이제 슬슬 마무리 해야할 시기가 오지만 그 친구들은 이제 새로 시작해야하거든

그런 친구들에게 넌 좋은 친구 혹은 멘토가 되어야 할 시기인것 같아.

개발자로서의 개인적인 너만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인 이상 개발자 인프라에 대한 기여도 역시 생각할 때인것 같아.

나만 잘되면 다 끝나는게 아니라 (뭐 잘된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만...)

나와 같이 일했었던 혹은 일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젋은 피 들에 대한 지원을 생각할 때 라는 말이지.

비록 내가 생각하고 실천한다고 해도 별 차이없이 그저 그런 대야에 물 한방울이 만드는 작은 파동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나를 통해서 어린 친구들이 그 다음세대의 어린 친구들에게 나와 비슷한 역할을 이어 해준다면

조금씩 은 더 나아지는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인간은 조금씩 진화해 가는거 아니겠어? 그러라고 저기 조물주가 나를 창조 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마지막으로 이런 글을 또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나온 모든 나의 과오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개발자군상 들을 나름 정리해서 블로깅 해 놨어.

50세가 되어서 아니면 그 이상의 나이가 되어서 지금을 포함한 나의 과거들에게

비슷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는 기회가 온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 미래의 나에게 나쁜 프로그래머 중 하나 라고 평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지금 내 생각을 정리하지 않는 다면 그 미래의 나에게도 이런 정리따윈 없을테니

지금 생각이 맞다고 하는 대로 글을 써본거야.



내가 정리한 모든글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

편협하고 조잡하고 일반화의 극을 달렸을수도 있어.

그래서 항상 오답노트 라고 써놓은거야.

틀린 문제를 두번다시 틀리지 않으려면

일단 한번은 틀려야 하거든.

모든 오류수정의 시작은 오류를 만드는것 부터 라고 생각해.

자책을 하지 말라하지 않겠어. 자책이야 말로 버그를 수정하고있는 좋은 수단중 하나니까.

다만 너무 오래 걸리는것도 좋지는 않다고 봐.



기록은 매번 했으면 좋겠어.

지난 10년동안 쓴 일기 데이터베이스가 날라가면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긴 했지만
(데이터베이스 믿지 마라. 그냥 수기로 일기를 쓰는게 낫더라.)

그래도 아예 안쓰는것 보다는 한번 써봤기 때문에 다시 기억을 되짚어가는게 쉬웠던것 같아.

30대를 마감하는 시기에 이런 글을 쓸수 있게된 기회에 감사한다.
(아직 1년 남았지만.... 방탄유리야 이새키야!)









시작하는 글

1. 투덜이 스머프

2. 인디아나존스

3. 인턴에서 나쁜프로그래머까지

4. 업햄 상병 구하기

5. 흥선대원군

6. 듀크 뉴캠 포에버

7. 아르센 뤼팽

8. 질데로이 록허트

9. 사루만

10.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마무리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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